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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농인 아티스트: 경계를 허물다

작성자: 김경민
업로드: 2025.1.22
농인 아티스트: 경계를 허물다
예술은 늘 새로운 목소리를 찾아왔고, 그 목소리는 반드시 소리를 필요로 하지 않았습니다. 농인 배우들은 그들이 가진 독특한 시각과 경험을 통해 예술의 경계를 넓히고 있는데요. 무대와 스크린에서 빛을 발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성공담을 넘어, 포용과 다양성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번 매거진에서는 농인 아티스트들과 그 작품과 그에 담긴 메세지를 알아보겠습니다.

 한국에서 빛나는 농인 아티스트&단체

한국에서도 농인 아티스트들이 다양한 무대와 스크린에서 활약하며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농인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단체 또한 존재하는데요. 오늘은 핸드스피크, 이소별, 빅오션 세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소개 드리겠습니다.

 핸드스피크

핸드스피크농인과 청인 예술가들이 함께 협업하여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는 단체로, 수어를 활용한 창작 작품을 통해 농인 예술의 저변을 넓히고 있습니다.
농인·청각장애인들은 문화예술 교육 및 활동의 기회 불균형으로 인해 사회참여·일자리·교육 기회의 불균형, 문화적 빈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농인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예술 교육권을 확보하기 위해 <핸드스피크>는 농예술 아카데미를 통해 농인을 주체로한 예술 교육을 제공하고, 수어통역사와 강사의 전문성을 보장하여 농인의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출처: [수어MV] This is me - 위대한 쇼맨 OST / 수어(KSL) Cover(EN/KO)
주요 사업
수어 문화예술콘텐츠 기획/제작 : 수어뮤지컬/연극, 수어노래/랩, 퍼포먼스를 통해 대중들에게 농문화와 수어의 예술성을 전함
농인 아티스트 발굴 및 육성 : 끼와 재능있는 농인 청년들을 발굴하고 맞춤형 교육과 기회를 제공하여 아티스트를 육성함
농예술 아카데미 (수어예술 어휘연구) : 농인·청각장애 청년들의 특성에 맞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를 연구·개발하고 환경을 만듦

 청각 장애를 가진 아이돌 그룹 ‘빅오션’

K-POP과 아이돌 문화에서도 청각 장애를 가진 아이돌들이 활동하며 그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청각장애인 아이돌 그룹 ‘빅오션’이 있는데요.
출처: 빅오션(Big Ocean) ‘SLOW(Feat. Young K (DAY6))’ Official MV
빅오션은 청각 장애인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으로, 2024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데뷔하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들은 음악과 퍼포먼스를 통해 청각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있는데요. 데뷔곡 ‘빛’과 후속곡 ‘SLOW’를 통해 희망과 용기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특히 ‘SLOW’는 느리더라도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가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빅오션의 아이덴티티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물론 처음 데뷔를 하며 청각장애인이 어떻게 노래를 해? 라는 편견과 우려를 맞닥뜨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을 찾아내 노래 같은 경우에는 AI 보이스 기술을 활용해 멤버들의 목소리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학습한 음원을 제작했고 또한, 손목시계 형태의 진동 메트로놈을 사용해 박자를 맞추며 노래와 춤을 소화해냈습니다.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음악에 대한 접근이 어려우리라는 우려를 깨고 그들만의 방식을 찾아 낸 것입니다.

 청각장애를 넘어 감동을 전하는 연기를 펼치는 농인 배우 ‘이소별’

이소별은 농인 배우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별이’라는 농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이름을 알리고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에서 그녀는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모습을 통해 농인의 삶을 진정성 있게 표현했습니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배우 정은혜 또한 열연을 펼치며, 장애를 ‘연기’하지 않고 자신 그대로를 작품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소별은 작품 속에서 농인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달하며, 장애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인식 변화에 기여했습니다.
그녀는 단순히 연기를 넘어 농인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목소리로 활동하며, 장애인 배우로서의 가능성과 예술적 잠재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을 통해 그녀가 만들어낼 이야기와 감동이 더욱 기대됩니다.
출처: 농인 역할을 연기한 실제 농인 배우… '우.블.스' 속 ‘별이’ 역 배우 이소별 인터뷰 / 14F

  그 외 할리우드의 농인 배우들

출처: 영화 CODA 장면
할리우드에서는 몇몇 농인 배우들이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전 세계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는데요. 그중 대표적인 배우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말리 매트린 (Marlee Matlin) 1986년 영화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의 연기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농인 배우로서 최초의 쾌거를 이뤄낸 역사적인 배우입니다. 그녀는 이후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동하며 농인 배우들의 가능성을 증명해온 농인 배우의 ‘선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다(2021)에서도 주인공의 어머니로 출연해 트로이 코처와 연기합을 맞춘 배우이기도 합니다.
트로이 코처 (Troy Kotsur) 매거진 영화 편에서도 등장했던 2021년 영화 코다에서 주인공의 아버지로 열연하며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는 농인 남성 배우로서는 처음으로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는데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 배우가 수어로 트로이 코처를 수상자로 호명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리센트 시몬스 (Millicent Simmonds)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에서의 인상적인 연기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였습니다. 작품 내에서 청각장애인이 착용하는 보청기와 인공와우가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그녀는 작품 속에서 청각장애인 캐릭터의 이야기를 영화 속 세계관과 조화롭게 맞물리는 연기로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로렌 리들로프 (Lauren Ridloff) 유명한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에 출연하기도 했으며 마블 영화 이터널스에서 슈퍼히어로 마카리 역을 맡아 주목받았는데요. 그녀는 농인 배우가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로렌 리들로프는 마블의 새로운 가치 ‘다양성’을 알리며 ‘히어로’의 자격에는 한계가 없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죠.

 농인 배우들이 주는 메시지

농인 배우들의 활약은 단순히 스크린이나 무대에서의 성공으로만 그치지 않습니다. 그들은 농인 커뮤니티가 직면한 어려움과 사회적 차별을 알리고, 다양성과 포용의 중요성을 일깨우는데요. 이들의 성공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문화적,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

농인 배우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고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려면, 제작진과 업계 전반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더 많은 농인 캐릭터가 등장하고, 농인 배우들이 그런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또한, 관객 역시 이들의 연기를 단순히 "특별한"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하나의 예술적 표현으로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농인 배우들의 이야기는 예술과 포용의 경계를 허물며,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풍부한 문화 콘텐츠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청인들의 음성언어를 사용하기보다 수어라는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쓰며, 그 언어를 세계 곳곳으로 그들만의 예술로서 전하고 있습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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