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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인공와우란?

작성자: 김경민
업로드: 2025.4.2

 인공와우란 무엇인가요?

인공와우(Cochlear Implant)는 흔히 ‘인공 달팽이관’이라고도 불립니다. 귀 내부의 달팽이관은 소리를 받아들이는 중요한 기관인데, 이곳에 이상이 생기면 일반적인 보청기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인공와우입니다. 인공와우는 고도난청 또는 전농(全聾) 환자에게 소리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청각보조기기로, 귀 안의 달팽이관에 삽입되는 전극(내부장치)과, 머리에 부착해 외부에서 소리를 감지해 이를 전달하는 어음처리기(외부장치)로 구성되어, 외부에서 들어온 소리를 감지해 전기 신호로 바꾸고, 이를 청신경에 전달해 ‘소리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기기입니다.
보청기로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고심도 난청이나 선천적 난청 환자에게, 인공와우는 말소리를 포함한 다양한 음향 자극을 전달해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조기 수술과 청각재활이 병행될 경우, 청각언어 발달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선천적 난청을 가진 아동, 혹은 사고·질병으로 청력을 잃은 사람들에게 인공와우는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하지만 여기엔 기억해야 할 한 가지 전제가 있습니다. 인공와우는 ‘청력을 회복시키는’ 기기가 아니라, 소리를 인식하게 도와주는’ 보조기기라는 점입니다.
출처: 이편한 보청기

 인공와우는 일회성 장비가 아닙니다

인공와우는 매우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의료기기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가격 또한 매우 높습니다. 한쪽 귀에만 이식하더라도 1,0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들죠. 양쪽 귀 모두 사용할 경우, 초기 수술과 기기 도입만으로도 2천만 원이 넘는 부담이 생깁니다.
더 큰 문제는, 인공와우가 영구적인 장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10년 정도 지나면 내부·외부 장치 모두 노후화되고, 소리 인식에 오류가 생기거나 고장이 발생하게 됩니다. 특히 외부장치는 일상적인 충격이나 물리적 마모에 취약해 실제 사용자는 항상 ‘망가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인공와우 지원 제도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에서는 외부장치 교체 시 단 1회, 총 비용의 40%만을 평생 지원하고 있습니다. 즉, 처음 수술시 지원받는 40%를 제외하고 기기가 노후화 되어 외부기기를 새로 사야 할때마다, 그 모든 비용은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만약 한 사람이 평생 동안 10년에 한 번씩 기기를 교체한다고 가정하면, 양쪽 기준으로 약 2억 원에 가까운 비용 이 들 수 있습니다.
한국난청인교육협회 이지은 이사장은 “외부장치는 소리를 제대로 듣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구성 요소”라며 “기기 교체가 선택이 아니라 ‘생활 필수’인 청각장애인에게 이 부담은 너무 크다”고 말합니다.
더구나 문제는 장치 교체만이 아닙니다. 기기를 유지·관리하며 살아가기 위해 들어가는 모든 비용도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구조죠.
출처: 코클리어 N7 인공와우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

 인공와우가 잘 들리려면 재활치료, ‘맵핑’,배터리도 필수

재활/언어치료

인공와우 수술은 ‘시작’일 뿐입니다. 수술 후에도 소리를 효과적으로 인식하고, 언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청각재활치료가 필요한데요. 특히 선천적 난청 아동의 경우, 단순히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바로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소리를 인지하고 언어로 연결시키는 훈련이 필수적입니다.
재활치료는 보통 언어재활사나 청능사와 함께 진행되며,
소리 구별 훈련
말소리 이해 훈련
자연스러운 대화 연습 등이 포함됩니다.
이러한 재활은 수술 후 수개월~수년간 반복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장기적인 언어 습득과 사회 적응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러나 현재 이 재활치료 대부분은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되어 있어, 치료당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까지의 비용을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힙니다. 아동 난청재활의 경우 초기의 치료가 앞으로의 언어능력에 큰 영향을 끼치지만 금전적 부담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치기도 합니다.

맵핑

맵핑(mapping)이란, 인공와우 수술 후 기기가 감지하는 소리가 사용자에게 적절하게 들리도록 소리를 조정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사람마다 청신경의 반응, 청력 손실 정도, 인지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맵핑은 개인 맞춤형으로 이뤄져야 하고, 수술 직후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조정이 필요합니다.
맵핑을 제대로 받지 않으면 소리가 지나치게 날카롭게 들리거나, 일상 대화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결국 기기를 꺼버리는 사례도 존재하죠. 그러나 이 중요한 과정 역시 제도적 지원 없이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합니다. 맵핑이 포함된 청각재활 치료는 지역 편차도 크고, 의료 접근성도 불균형합니다.
맵핑 역시 비급여 항목 이기 때문에 한 번에 수십만원씩 본인 부담금이 발생하며, 이를 장기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맵핑을 중단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배터리와 관련 소모품

또한, 인공와우의 외부장치는 전자기기이므로 지속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소모품이 다수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소모품으로는
마이크와 코일을 연결하는 케이블
배터리 또는 충전팩
귀걸이형 외부장치의 자석, 고정 클립 등 악세서리 부품 등이 있습니다.
이 소모품들은 사용자의 활동량과 사용 환경에 따라 몇 개월 단위로 교체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며,
기기 제조사에 따라 가격이 상이하지만 케이블 하나에 수십만 원, 배터리 세트도 수십만 원대에 판매됩니다. 이 또한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유지비용이 사용자 개인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어린이 사용자나 활동량이 많은 성인 사용자의 경우 기기 파손이나 마모가 더 잦아, 소모품 교체 주기가 짧고 비용이 누적되기 쉽습니다.

해외는 이걸 다 지원해주는데 한국은?

해외에서는 인공와우 장치의 ‘유지’를 사회 전체가 책임지는 분위기입니다.
네덜란드·캐나다·벨기에 에서는 3년마다, 호주·싱가포르5년마다 교체 비용을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넘어, 청각장애인의 ‘사회적 권리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제도는 최초 수술 지원 이후(전액이 아닌 40%), 장기적인 관리에 대한 공적 지원이 사실상 단절되는 구조입니다. 이로 인해 일부 환자는 기기 고장 후 장시간 기기를 착용하지 못하거나, 경제적 사정으로 재활을 중단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는것이 현실입니다.
출처: MedStar Health

기술은 충분하지만, 지속적인 지원은 아직 부족

인공와우는 기술적으로 매우 뛰어난 청각보조기기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를 통해 세상을 다시 듣고,
배우고, 소통하고, 일하며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도 아래에서 이 기술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소리를 되찾은 기쁨보다 기기가 망가질까, 교체 시기가 다가올까 매번 불안해하며 살아야 하는 게 현실이죠.
‘소리를 듣는 것’은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할 권리입니다. 기술이 만들어준 가능성이,제도의 부족함으로 인해 사라져서는 안 됩니다. 인공와우로 소리를 듣는 것을 시작할 수 있지만, 그 이후의 삶을 누가 책임질 수 있을지를 이야기해야 할 때입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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