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김경민
업로드: 2025.4.16
한국어도, 수어도 익숙하지 않은 수어맹 농인
우리는 흔히 청각장애인과 소통할 때 ‘수어통역사’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농인이 표준 한국수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교육 기회를 충분히 받지 못했거나, 비장애 중심 사회에서 오랫동안 언어적 소외를 겪은 농인들 중 상당수는 한국어도, 수어도 유창하지 못한 경우 또한 있습니다. 이들은 ‘무학 농인’, 혹은 ‘수어맹 농인’으로 불립니다.
이런 농인들과의 의사소통은 단순히 ‘수어 통역’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손짓, 표정, 몸짓 등 비공식적이고 개인화된 비언어적 표현으로 소통하기 때문에, 수어통역사 이외에도 이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따로 필요합니다. 바로 이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이 ‘농통역사’입니다.
농통역사의 일
즉, ‘농통역사’는 청인과 농인 사이의 소통을 돕는 통역사 중에서도, 수어에 익숙하지 않은 농인을 위해 ‘중계 통역’을 수행하는 전문가입니다. “수어통역사의 통역을 농인이 이해할 수 있게 다시 바꿔주는 사람”인 것이죠.
농통역사는 말 그대로 ‘통역의 통역사’입니다. 말하는 사람의 한국어 → 수어통역사가 수어로 번역 → 농통역사가 이를 홈사인, 제스처, 표정 등으로 다시 전달 → 수신자인 농인에게 전달해줍니다. 반대로 농인의 비언어적 표현을 수어통역사나 청인에게 되돌려주는 작업도 수행합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언어 변환이 아닌 문화와 문법 체계의 해석’에 가까운 작업이기도 합니다. 농인의 표현 방식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맥락과 감정을 파악하고 유추하는 능력이 필수적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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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인 → 수어통역사 → 농통역사 → 무학 농인
청인의 말이 수어통역사를 거쳐 수어로 전달되면, 농통역사는 이를 무학 농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더 쉬운 몸짓과 손짓으로 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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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 농인 → 농통역사 → 수어통역사 → 청인
무학 농인이 비형식적인 손짓이나 표정을 사용해 의사를 표현하면, 농통역사는 이를 정제된 수어로 바꾸고, 수어통역사가 다시 한국어로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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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 → 농통역사 → 수어통역사 → 청인
수어를 어느 정도 사용하는 농인이라도 어순이나 표현 방식이 표준 수어와 다른 경우가 많아 농통역사는 이들을 보조하여 정확히 의미가 전달되도록 도움
왜 농통역사가 필요한가?
전국의 농인 중에서 무학 농인이나 수어미사용자의 비율은 공식적으로 통계화되어 있지 않지만, 통역 현장에서 만나는 비율은 결코 적지 않다고 합니다. 특히 지방 소도시나 고령의 농인들, 혹은 학령기 교육 기회를 놓친 이들 중에는 여전히 수어를 익히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출처: 국제문화홍보정책실_코리아넷뉴스
이런 상황에서 농통역사의 존재는 농인의 정보 접근권, 의료권, 법률권, 행정 이용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병원, 법원, 경찰서, 복지관 등 다양한 공공영역에서 농통역사는 실질적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죠.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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