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4. 청각장애인, 농인 무엇이 다를까?

작성자: 김경민
업로드: 2024.12.18

청각장애인과 농인, 무엇이 다를까요?

우리는 일상에서 종종 ‘청각장애인’과 ‘농인’이라는 용어를 같은 의미로 혼용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둘에는 큰 차이가 있는데요, 그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청각장애인과 농인의 정체성, 문화를 존중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청각장애인과 농인은 ‘청력 손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의 정체성, 문화, 그리고 소통 방식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합니다. 오늘은 이 둘의 차이와 그 의미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겠습니다.

청각장애인은 수어를 안쓰는 사람이 많다고?

<파이낸셜뉴스>
청각장애인은 청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이는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청력을 완전히 잃었거나 부분적으로 잃은 모든 사람을 포함합니다.
청각장애인이라고 하면 보통 농인(농문화 속에서 한국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보청기나 인공와우를 통해 소리를 듣고 입 모양을 읽으며 대화하는 이들이 더 많습니다. 수어를 제1언어로 쓰지 않는 이들을 ‘난청인’, 또는 구화를 주로 쓴다는 점에서 ‘구화인’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보건복지부의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각장애인의 74%가 보청기를 쓰고, 4.2%가 인공와우 수술을 했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인공와우란 외부 소리를 전기신호로 변환, 달팽이관에 있는 청신경 세포를 자극해서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이 보조장치를 통해 청각장애인도 충분히 말을 하고 들을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말하고 듣는’ 청각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다보니, 이들은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설명하고 이해시켜야만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주류 사회에서 통용되는 음성 언어를 사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며, 이를 통해 비장애인과의 의사소통에 적응합니다. 따라서 모든 청각장애인이 수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며, 일부는 수어에 대해 전혀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즉, 청각장애인은 수어를 사용할 것이다 라는 명제가 편견일 수 있는 것이죠.

농인은 수어가 제 1언어!

<이로운넷> 문체부, 농아인의 날 맞아 '수어와 만나다' 엠블럼 배포
농인은 단순히 청력을 잃은 상태를 넘어서, 농문화(Deaf Culture)와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농인은 수어를 주요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하며, 이를 통해 독특한 언어적, 문화적 공동체를 형성합니다.
이들은 보청기나 인공와우를 통한 청력 회복을 필수적으로 추구하지 않으며, 수어를 사용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하며 살아갑니다. 이는 농인이 청력을 단순히 회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수어와 농문화를 통해 풍부하고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고유한 정체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농인은 비장애인들이 흔히 갖는 ‘청각장애는 극복해야 할 결핍’이라는 시각에 반대하며, 이를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농인은 자신을 단순히 장애인으로 규정짓기보다, 하나의 문화적 존재로 인식합니다. 이들은 청각장애를 ‘결핍’으로 보지 않으며, 수어와 농문화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구축합니다. 이러한 문화적 관점은 농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근원이기도 한 것이죠.

 청각장애인과 농인의 주요 차이점

정체성과 문화
청각장애인: 청력 손실이라는 의학적 관점으로 정의됩니다. 이들은 청력을 회복하거나 음성 언어를 학습하려는 노력을 통해 사회에 적응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농인: 농문화라는 독립적인 문화와 언어를 중심으로 살아갑니다. 자신들을 하나의 문화적 소수자로 정의하며, 청력 손실을 장애로 보지 않습니다.
언어와 소통 방식
청각장애인: 보조기기와 음성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비장애인과 소통하기 위해 이를 익히는 데 중점을 둡니다.
농인: 수어를 주요 언어로 사용하며, 이를 통해 농문화 공동체 내에서 풍부한 의사소통을 나눕니다. 수어는 단순한 손 동작이 아니라 고유한 문법과 표현 방식을 가진 언어로서, 농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회적 관점과 지원
청각장애인: 청각 재활, 보청기 지원, 음성 언어 교육과 같은 의료적 접근을 통해 사회와의 소통을 돕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농인: 수어 교육과 농문화 보호, 농인의 권리 보장을 중심으로 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왜 차이를 이해해야 할까요?

<롤렉스> 수화로 전 세계를 연결하다
청각장애인과 농인을 구분하는 것은 단순한 용어상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각각의 집단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과 요구를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 나은 정책과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인을 위한 정책은 주로 의료적 접근(청각 기기 보급, 청력 회복 훈련 등)에 초점을 맞출 수 있으며, 농인을 위한 정책은 수어 교육의 확대, 농문화의 보호, 농인의 권리 보장과 같은 문화적 접근으로 다가갈 수 있겠죠.
청각장애인과 농인은 같은 청각 손실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의 정체성과 삶의 방식은 분명히 다릅니다. 이 차이를 알고 이해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더 포용적으로 변화하는 데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각각의 고유한 필요를 존중하고 지원하는 노력은 더 나은 소통과 상호 존중의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문헌
더 다양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COM-US 인스타그램